오늘은 오픽 단톡방에서 자주 물어보시는 영어 말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영어로 말하는 것이 어색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는 이런 의문이 많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영어로 말할 때 한국어로 먼저 생각하고 그걸 영어로 말하는 순서가 맞을까요? 아니면 생각도 영어로 하고 말도 영어로 해야 하는 걸까요?
이러한 고민은 굳이 오픽 시험이 아니어도 영어 말하기를 하는 상황이라면 누구나 고민해 볼 수 있겠습니다. 고민을 한다는 것은 무언가 잘 풀리지 않고,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왜 어렵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천천히 살펴보면서 적절한 방향을 잡아보겠습니다.
1. 한국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번역하며 말하는 경우
한국인 입장에서는 당연히 한국어로 생각하고, 한국어로 말하고, 꿈속에서도 한국어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영어를 말하려고 할 때에도 한국어로 생각을 하고 영어로 번역하며 말을 내뱉으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금 더 구체적인 원인이 있습니다.
바로 영어를 처음 배울 때, 문법번역식으로 학습했기 때문입니다. 문법번역식이란, 외국어의 문법 요소를 배우기 위해 예시 자료나 글을 모국어인 한국어로 번역한 자료로 공부하고 설명 듣는 것을 말합니다. 100% 영어로만 수업하는 영어 유치원을 제외하고 국민이라면 누구나 받아야 하는 공교육의 첫 단계인 초등학교를 봅시다. 한국인 담임 선생님이 여러 수업을 가르치며 영어도 가르칩니다. 물론 다른 방식으로 운영될 수도 있고, 원어민 선생님이 배치되어 있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한국인이 가르치고 문법 번역식 수업을 하게 됩니다.
한국어로 문법을 배우고, 문장의 빈칸을 채우면서 말하기 요소가 아닌 글쓰기와 읽기 활동을 중심으로 학습합니다. 수업도 한국어로 진행하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어로 생각을 하고, 퀴즈나 수학문제 풀듯이 빈칸에 들어가야 할 영어 단어나 표현을 맞춰갑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게 for 야? 아니면 of 야?" 이런 식으로 친구들과 질문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결국 우리가 영어를 배우면서 사용했던 주언어는 한국어였습니다. 수업도 한국어, 생각도 한국어, 대화도 한국어로 하면서 영어를 배우고 연습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시작했고, 공부해 왔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오픽을 준비하면서도 '아, 공원에 가면 나는 조깅을 한다니까.. 그건 when I go to a park....' 이런 식으로 한국어로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영어 문장을 만들면서 말로 이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아마 저와 같이 느끼셨기에 이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고민이 드셨을 겁니다. 그러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누구나 겪는 당연한 과정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모두가 겪는 것이라 하더라도 그냥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습니다. 이 방법은 말을 더듬게 되고, 느리게 하고, 나중에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헷갈리게 됩니다.
ⓐ 한국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번역하며 말하는 다섯 단계
'한국어로 고민' → '영어로 번역' → '문법과 단어 고민' → '정확도에 대한 확신' → '말'
이 다섯 단계에서 하나라도 오류가 있거나 확신이 없어지는 경우, 단어나 문법이 불확실해서 헷갈리는 경우가 생기면 말이 끊기고 어색하고, 더듬게 됩니다. 목소리도 작아지거나 떨리게 될 수 있습니다. 가장 문제는 머리가 하얗게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마지막에 말을 내뱉으면서도 다음 문장을 이어가려면 또 위의 다섯 단계를 거쳐야 합니다. 얼마나 할 일이 많나요. 너무 바쁩니다. 몇 마디 하다 보면 이미 머리를 너무 많이 써서 지치고 힘듭니다. 말을 하면서 말이 끝나갈 때, 동시에 다음 말을 머릿속으로 떠올리며 위의 단계를 또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멀티태스킹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생각만 해도 피곤하죠.
ⓑ 그렇다면 한국어는 어떻게 말하는가?
한국어는 생각의 과정도 거치지 않고 바로 내뱉을 수 있습니다. 특별히 고민이나 어떠한 상황에 맞는 검토가 필요하지 않은 이상 나의 감정과 느낌대로 그냥 바로 말을 할 수 있죠. 저도 지금 이 글을 생각나는 대로 바로바로 키보드를 치며 작성하고 있습니다.
영어도 바로 이렇게 해야 합니다. 번역이나 정확도를 위한 검토, 고민의 과정 없이 바로 떠오르는 느낌대로 말을 해야 합니다.
2.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말하는 경우
한국어로 생각하고 영어로 번역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힘들다는 것을 이제는 다들 공감하실 것입니다. 그러면 나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생각도 영어로 하고 그것을 말로 내뱉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네, 아마 영어로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제 경험상 영어로 말을 할 때에는 그냥 한국어처럼 내 느낌이나 말하고 싶은 것을 바로바로 영어로 말합니다. 고민을 한다면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지, 조금 더 좋은 표현은 없는지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말을 잘하고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죠.
저는 주로 <I would like? 음.. I would love? 뭐가 좋지?>와 같이 영어와 한국어를 동시에 사용하며 고민합니다. 조금 더 상황과 맥락에 맞게 적절한 표현을 선택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그 외에 제가 하고자 하는 말 전체는 떠올려 보지는 않습니다. 그냥 말을 하다 보면 말이 연결되고, 이어지게 됩니다.
ⓐ 영어로 바로 말하는 것의 장점
당연히 속도가 빠릅니다. 한국어로 생각하고 말하는 다섯 단계를 모두 건너뛰고 바로 그냥 말해버리니까요. 이것만큼 좋은 이득은 없습니다.
그리고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습니다. 계속 머리를 굴리며 고민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거치면 3~4 문장만 말해도 금방 지치고 시험장에서 탈출하고 싶어 집니다. 하지만 영어로 바로 말할 수 있게 되면, 15번까지 전부 15 문장씩 말해도 뭔가 할 말은 더 있는데 시험 시간이 부족해서 아쉬운 느낌으로 시험장을 나오게 됩니다.
ⓑ 한국어로 생각하지 않고 영어를 한국어처럼 바로 말하는 방법
이 부분이 아마 가장 궁금하실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생각을 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영어 문장이 있다면 떠올려 보세요. 저는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를 예시로 드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국인이라면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 and you?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말하죠. 이것을 말하는 데 큰 고민이나 생각을 거치지 않습니다. 왜 그런가요?라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실 겁니다. "그냥 이렇게 하는 거니까요...", "이것밖에 몰라서요..."
맞습니다. 거기에 정답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냥 이렇게 하는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것이 매우 쉽고 생각 없이 바로 내뱉을 수 있는 것일 정도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배웠고, 가장 많이 듣고, 직접 말을 해본 영어이기 때문입니다. 공감하시나요?
※ 영어를 한국어처럼 생각을 거치지 않고 바로 말하는 방법
1. 필요한 영어 문장을 학습한다.
2. 말로 내뱉으며 how are you? 수준으로 쉬워질 때까지 반복 연습한다.
3. 생각과 고민 없이 바로 내뱉으며 사용한다.
네, 이것이 전부입니다. 물론 영어 학습 방법에는 다양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핵심은 반복 연습입니다.
'how are you?'가 완전히 내 것이 된 다음에는 'how are you doing?'처럼 한 단어를 추가하여 표현을 확장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반복 연습 과정을 거쳐서 내가 생각하지 않고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장과 표현이 늘어갈수록 응용과 표현의 확장이 무한하게 늘어나고, 오픽 등급도 오르게 됩니다.
혹시 '반복 연습'이 너무 어렵고 피곤하게 느껴지시나요?
아쉽지만 그 외에 방법은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학원, 강의, 또는 어플이나 학습법을 사용해 보셔도 결국엔 내가 스스로 그 자원들을 활용해서 반복 학습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특정한 방법을 통해 한 순간에 언어를 마스터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뇌에 직접적으로 언어를 다운로드하여 적용시키는 마치 영화 매트릭스와 같은 개념이 적용되는 세상에 살지 않는 한 말이죠.
어학연수나 해외 체류를 오래 하시는 분들 중에 10년이 넘어도 음식 주문을 영어로 못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한인타운에서 한국어만 사용하고, 그 외의 커뮤니티에 나가지 않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실제 이러한 분들이 많습니다. 반대로 해외에 체류하며 적극적으로 현지인들과 소통하고,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학습하신 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자동으로 영어가 유창해집니다.
저도 NH를 여러 번 받으면서 계속 연습했고, 많은 시간을 투자한 끝에 AL에 도달하였으며, 저와 같이 오픽만수르 동호회에서 열심히 연습하신 분들은 모두 등급을 IH, AL로 올릴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몇 달의 시간이 걸리고, 많은 노력이 필수적이었습니다. 단 시간에 쉬운 방법으로 영어가 늘고, IH나 AL을 받는 사람은 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여러분들도 이제 고민을 멈추시고 반복 연습에 집중하셔서 원하는 성취를 이루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반복 연습 과정에는 또 다양하고 재미있는 연습 방법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런 내용은 다음 글에서 다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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