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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픽하면 일상 영어 회화 실력이 좀 좋아지나요?

오픽만수르M 2024. 11. 11. 23:56

오픽 하면 일상 영어 회화 실력이 좀 좋아질까요? 이런 고민은 현재 일상 회화가 잘 안 되시는 분들이 하곤 합니다. 저도 영어 노베이스로 오픽을 시작했었기에 시험공부와 연습이 일상 영어 회화 실력으로 이어질 거란 기대를 했었습니다. 실제 영어 회화 잘하는 사람은 오픽 등급을 그냥 받을 수 있다는 말도 많습니다.

 

오늘은 약간 시험 준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여담이 되는 것 같네요. 제가 영어 노베이스로 오픽 NH에서 AL까지 올라간 후 일상 영어에 부딪혀 본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참고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개인 경험에 근거한 이야기 오니 가볍게 참고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픽과 영어 회화 실력의 관계

'영어 회화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오픽 등급은 그냥 나온다' 이런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시험을 준비하면서 꽤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댓글을 남기거나 강사님들이 수업에서 말을 해주시곤 했습니다. 네, 사실입니다. 그러나 모든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오픽에서 무조건 쉽게 AL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영어 회화를 잘하는데 등급이 안 나오는 사람들

당연히 수월합니다. 그러나 결코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험에서 받게 되는 여러 질문들은 내가 실제 삶에서 절대 생각해보지도 않을 것들이 나오기도 하고, 말하기 곤란한 것들이 떠오르는 질문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러면 말문이 막혀서 정작 영어를 잘해도 무슨 말을 할지 몰라서 얼버무리다가 끝나버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험 특성상 몇 가지 채점 포인트가 있습니다. 짧게 말하지 않고 문단으로 구성지게 말하는 것, 문장과 문장 사이 연결어를 적절히 잘 사용하는 것, 시제와 수일치 등 문법 요소를 틀리지 않고 잘 지키는 것, 질문에 맞는 답변을 하는 것 등 다양한 채점 포인트가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들을 감안하지 않고 말을 너무 짧게 하거나 내용이 충분하지 않고, 대충 알아듣겠지 하며 문법을 무시하는 경우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듭니다. 실제 미국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수일치, 시제 등 문법을 무시하는 경우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서로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기 때문이죠.

 

실제 제가 원어민 친구들을 사귀면서 오픽 시험을 소개하고, 제가 답변을 참고할 수 있게 그 친구들에게 질문을 던져본 경험이 많습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바로 <재활용-문제를 겪은 경험>의 질문을 던졌을 때, 한 원어민 친구는 초반 30초 동안을'um,,,,, so like,,,,, wow ok,,,, so,,,, yeah recycling, um...' 이런 식으로만 보냈습니다. 그리고 뒤에 이어지는 답변은 그냥 재활용 날짜를 까먹어서 청소트럭이 가져가지 못하고.... 정도까지 말하고 포기했습니다. 당연히 실제 시험이었다면 좋은 등급이 나오기 어렵겠죠. 그러나 이 사람이 영어를 못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닙니다. 원어민이기에 영어 실력은 완벽합니다. 문제는 시험 시스템에 맞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이러한 이유들로 아무리 영어를 잘해도 등급 받기가 어려운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물론 조금만 준비하고 시험을 이해한다면 충분히 바로 AL을 받아올 수도 있는 사람들입니다.

 

영어 회화를 잘하고 등급도 잘 나오는 사람들

기본적으로 영어를 아주 잘하고, 오픽이 무슨 시험인지도 모르고 그냥 쳤다가 AL을 바로 받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말을 조리 있게 잘합니다. 내용도 충분히 알차고 분량이 너무 많지도 적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같은 말이나 단어를 반복하지 않고 골고루 잘 사용합니다. 토론이나 발표를 할 때 말을 참 야무지게 잘하는 친구들이 있죠. 일상적인 말을 하면서도 가끔씩 고급 단어나 표현도 던져줍니다. 딱 그런 느낌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바로 오픽에서 원하는 인재이고, 채점 프로세스에서 딱 맞아떨어져 AL을 바로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분들은 보통 자신의 영어 실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고 겸손하게 말해주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만나온 분들은 거의 그랬습니다. 그래서 '대충 아무거나 말했다', '나는 영어를 잘하지도 못하는데 등급이 나오더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라'와 같은 후기와 조언을 나눠주십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등급이 나오지 않을 수 있고, 한 번에 등급이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자, 그러면 영어를 못 하는 사람이 오픽으로 영어 공부를 하면 일상 영어 회화가 늘 수 있을까요?

 

오픽으로만 영어 공부를 하면 일상 회화도 늘까요?
미국에선 5살 유치원생이 한국인 오픽 AL보다 영어 잘함

영어 노베이스가 오픽 공부하고 일상 영어 회화에 도전했을 때

100% 제 경험만으로 말씀드립니다. 다른 사람은 다를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노베이스에서 오픽으로만 영어 공부를 한다면 일상 영어 회화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첫 IH를 받았을 때가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가장 높았고, AL을 받을 때는 그냥 별 느낌이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그냥 받을 때가 되었구나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이 상태에서 미국 여행을 가는데, 정말 큰 충격을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인사를 할 때부터 문제가 시작됩니다.

 

"How are you?"

 

이 질문이 왜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차라리 '공원에서 어린이 세대와 어른 세대가 서로 어떻게 다르게 시간을 보내는지'를 물어봐주면 좋겠는데 말이죠.

 

돌아보니 저는 단 한 번도 일상에서의 인사를 주고받는 연습을 한 적도, 실제 경험한 적도 거의 없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원어민 친구를 사귀어 오픽 도움을 받을 때도 그저 채팅이기에 간단하게 표현만 했었고, 입으로 내뱉은 적은 거의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정말 난감했습니다. 다시 NH때의 실력으로 돌아간 느낌이었죠.

 

이런 인사도 들어봤습니다. "Doing good?" 

그리고 마트에서 계산하면 직원이 이렇게도 말합니다. "You have a nice day"

have a nice day 앞에 You를 붙이는 건 처음 들어봤었네요.

 

오픽을 대비하여 공부하면서 이런 질문을 듣고 답하는 연습은 결코 하지 않습니다. 이런 건 시험에 나오지 않죠. 그래서 일상 회화는 오픽과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주어를 빼고 말하는 경우도 정말 많습니다.

"Gotta go", "wanna go? no?", "seems like.... 000" 등등

 

음식을 주문할 때도 표현이 참 재밌습니다.

저는 주로 Can I get [음식] 문장으로만 주문을 했었는데, 현지에 있던 미국인 친구는 항상 Can I do your cheeseburger와 같이 Can I do를 사용했습니다. 이것도 주문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적어도 저는 한국에서 이런 문장을 배워보거나 그냥 스쳐 지나가며 본 적도 없었습니다. 

 

고급 스테이크 레스토랑에 갔을 때는 원어민 친구가 직원과 주문하는데만 거의 5분 동안 토론하듯이 말을 했습니다.

 

줄임말이나 초성만 쓰는 말, 요즘 유행하는 은어 같은 것들이 섞이면 정말 답이 없죠. 전부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고 매번 Could you say that again slowly?를 연발해야 했습니다. 이것도 사실 원어민들은 say that again? 이라고만 하고, 발음을 실제 들으면 '새대겐?' 정도로 말합니다. 오픽은 상대가 알아듣는지 여부를 알 필요도 없고, 또 상대의 말을 내가 알아 들어야 하는 것은 오직 질문을 들을 때뿐이죠. 그 질문도 정말 AI 목소리와 같이 정확하고 또박또박 말하기 때문에 조금만 익숙해지면 이해하기가 매우 쉽습니다.

 

사람마다 성별마다 나이대마다 직업마다 다 사용하는 단어도 다르고 말의 속도, 음의 높낮이, 발음, 억양이 모두 다릅니다. 정말 총체적 난국입니다. 친절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짜증을 내거나 나를 무시하고 가버릴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 가장 오래 있었던 기간은 2 달입니다. 작년에 2달 동안 여행을 다녀왔고, 미국인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면서 핼러윈 파티와 추수감사절 파티, 그리고 여러 지역 축제와 행사를 즐겨보고 나니 이제는 조금 익숙해지고 재밌습니다. 결국 오픽이 도움은 됩니다. 문제는 인사나 어떤 요청과 대답하는 말들을 잘 못하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만 충분히 연습하고 공부하시고, 많이 사용해 보시면 금방 일상 영어 회화 실력이 오를 겁니다. 

 

오픽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영어와 일상 영어 회화에서 사용하는 영어는 정말 많이 다릅니다. 각각을 위한 목적에 맞는 공부와 연습을 해야 합니다. 일상 영어 회화 스타일로 영어 공부를 해서 오픽을 치고 싶나요? 그렇다면 진짜 일상 영어를 배우되 오픽 채점 시스템에 맞게 말할 수 있도록 꼭 별도의 연습을 해주세요.

 

비즈니스 영어, 캐주얼 영어, 아카데믹 영어 등 기존에도 각 목적별로 사용되는 영어 스타일을 다르게 분류하고 있었습니다. 그와 같이 오픽도 하나의 장르라고 생각하시면 조금 더 이해가 잘 되실 겁니다.

 

간단히 무언가를 묘사하고, 설명하고, 비교하거나 나의 과거 경험을 조금 이야기하는 경우에는 오픽 영어 경험이 정말 많이 도움 됩니다. 해외 체류 경험이 많으시고, 영어를 잘하시는 분들이 보시기에는 웃길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오픽으로만 국내에서 영어 공부하시는 많은 동지 여러분들이 힘을 얻으시고 현실적인 경험과 조언을 얻어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